Monthly Magazine Buddha
2547 4   4336 2003

 

 

호주 정법사 영산대재/

 

 

 



호주 정법사 영산대재를 다녀와서

 

오정은(구룡사 다라니 합창단 회장)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생겨난 말일게다.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호주 에서 개최되는 3일간의 대행사에 우리 구룡사 다라니 합창단이 꼭 참석하여야 되는 자리라는 것을 불 과 일 주일을 앞두고 알게 되었다. 특히 2월은 단원들 각 가정마다 졸업식도 많고 집안 대소사가 줄 줄이 엮여 있다는 단원들의 호소, 사정….

'관세음 보살님, 어떻게든 모든 단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기도하는 마음가짐으로 풀어 나갔다. 개개인의 사정을 접으며 마음에서 마음을 내기 시작하는 단원들이 하나 둘 늘어남에 따라 나의 욕심은 정비례해 갔다. 목이 잠기도록 설득하기를 사흘째 되는 날, 마치 독립선언을 하는 결사대를 조직하듯 33명이 되었다.

이제부터 할 일은 행사를 잘 치르는 일이다. 연습 일정을 짜고 곡목을 선정하다보니 호주 국가 악보 를 구하는 게 급선무였다. 혹시나 하는 바람으로 호주 정법사에 악보를 의뢰했더니 고맙게도 악보는 물 론 호주인이 직접 부른 음악파일(mp3)까지 이메일로 보내 주셨다. 반주가 있는 우리나라 애국가 악보 구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드디어 연습 시작! 양국의 국가는 물론 가곡, 민요, 찬불가, 가요 등을 극기훈 련하듯 하루에 몇 시간씩 연습했다.

2월 13일 지친 상태로 저녁 8시 30분에 별을 보며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11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가니, 지난 밤과 함께 겨울은 가고 킹스포드 스미스 공항은 14일 여름 아침이었다. 세계 3대 미항의 하 나인 시드니….

몇 년 전 뭔가 배우러 다니다가 호주와 뉴질랜드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 참으로 잘 보존된 자연 환경이 너무나 부러웠는데, 세월의 흐름에도 여전히 청정지역의 진면목을 과시하는 것 같다. 오렌지 조 각을 연상케 하는 건축기법의 그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와 허버 브릿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쫓 기듯 시내투어를 하고 저녁 7시 정법사에 도착했다.

자그마한 사찰의 주변은 조용하고 정갈했다. 반쯤 잠기는 눈으로 법당에 들어서다 정신이 번쩍 들었 다. 늦은 시각의 대중법회임에도 발디딜 틈 없이 모인 불자님들과 스님들께서 정우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자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음성공양을 마치고 우리 합창단도 법문을 들으려 하니 정우 스님께서 계절도 정반대로 바뀐 데다 밤 새껏 비행기를 타고 온 보살들이라, 일찍 가서 쉬게 해야 된다며 두루 보살펴 주시는 말씀에 우리의 피 곤은 한순간에 풀리며 가슴이 뭉클하였다.

15일의 행사는 보르우드 재향군인회관(Borwood RSL Club)에서 개최되는 한국전 참전 호주용사 초 청오찬이었다. 가슴에 훈장을 단 70대의 백발 노병들과 한국인 참전용사들이 서로 섞여 앉아 있는 모습 은 한국과 호주의 우호적 친선관계를 재확인하는 역사적 자리임을 실감케 하여 더욱 경건한 마음이 되 었다. 더구나 호주 수상 존 하워드(John Howard)께서 보낸 축하 메시지를 연방 국회의원이 대독할 때 는 정말 국가적 행사에 참석한 자부심마저 갖게 되었다. 한국 대사관이나 정부에서도 이 행사에 관심을 갖고 간단한 메시지라도 보내왔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행사 첫머리의 국가 봉창 때에 는 호주 국가를 먼저 불렀다. 뜻밖이라는 듯 와! 하는 탄성이 행사장 곳곳에서 들렸다. 외국 땅에서 우 리의 국가를 부르는 것도 감동적이었다.

다라니 합창단이 연꽃을 상징하는 빛깔의 한복을 단아하게 입고 ≪신아리랑≫을 부르니, 작은 소리로 장단을 맞추던 그들은 모두 기립박수로 앙코르를 청하였다. 그토록 어렵게 어렵게 동참하여 왔는데, 만 일 이 자리에 우리가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코끝이 찡했다. 단원들도 이구동성으로 "우리 정말 잘 왔어. 꼭 설 자리였어." 이 말만 되풀이했다.

짐을 꾸릴 때 한복이 문제였다. 공항에서 짐을 부치면 마구 굴릴텐데, 구김살 없이 가져갈 방안을 궁 리한 끝에 한복을 넓고 길게 편 후 접히는 부분에 신문지를 말아 넣어갔다. 무대에 선 단원들의 한복은 기막히게도 곱게 퍼져 있었다.

저녁 대중법회는 한인회관에서 열렸다. 그곳 역시 정우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모인 불자들로 그 큰 회관이 꽉 찼다. 정우 스님은 멀리 온 교민들을 위해 심신을 다하시어 불교의 오묘한 진리를 쉽게 풀 이하여 법문하셨다. 우리 합창단도 일심으로 정성들여 음성공양을 하여 불자님들의 심금을 울려드렸다.

추운 겨울을 지내다 갔기에 더운 날씨가 적응이 안 되어 무척 힘들었다. 더구나 그곳 사람들은 우리 네처럼 에어컨이든 전등이든 팍팍 켜지 않고 최대한 아끼며 검소하게 살았다.

16일은 뉴 사우스 웨스트(NSW) 대학 클렌시 대강당에서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는 대규모 행사였다. 49재 의식의 하나인 영산재는 영가를 천도하는 장엄한 의식으로 언제나 경건하게 진행되지 만, 멀리 이국에서의 의식은 더욱 장중하여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오전 행사는 서울 봉원사의 영산재 보존회 원명 스님의 승무가 있었으며, 우리는 가곡과 가요를 부르 고, ≪우정≫이라는 곡을 동참하신 모든 분들과 함께 부르며 막을 내렸다.

오후 행사는 49재 회향 영산재 봉행이었으므로 ≪가야지≫와 ≪고운님 잘 가소서≫를 부르고, 중간 휴식시간에는 찬불가를 여러 곡 불러 행사 내내 노래가 이어지도록 하였다. 900석 좌석이 시종일관 한 자리도 빈 곳 없이 꽉 차서 노래를 부르는 데도 힘이 절로 났다. 인도네시아에서 오신 스님께서도 크게 감탄하시며 다음에는 그곳에도 오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호주에는 몇 달째 가뭄이 들어 잔디가 메말라 물을 뿌리는 광경을 자주 봤는데, 영산재를 마치고 나 오니 반갑게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도 감동하셨나 보다. 무사히 행사를 마무리짓고 골드코스트를 가기 위해 브리스베인 공항으로 갔다. 골드코스트는 콴타스 항공으로 1시간 30분 거리였으므로 도착하 니 밤 11시가 되었다.

연이은 행사에서 벗어난 17일 아침, 아름다운 쪽빛 하늘과 따가운 태양 아래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으 로 수출한다는 모래사장을 밟으며, 푸른 물 속에 바지를 둥둥 걷고 뛰어 다니는 아이들 같은 단원들. 호 주의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 바로 갈증을 식히며 짧은 일정을 아쉬워했다.

이어서 오즈 센추리 농장의 양털깍기 쇼를 관람하고 캥거루와 코알라를 친구하며 사진을 찍는 단원 들을 보니 '블루마운틴'엘 못 가는 게 매우 섭섭했다.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어떤 행사든 다 같을 테지만, 이번 경우처럼 외국에 나와 말 그대로 국위 선양을 하고 포교를 한다면서 좀 더 충분한 연습과 준비를 하여 완벽한 합창을 못한 점이다.

뒷바라지 해 주신 공양간 보살님들, 김종남 사무장과 직원 여러분 감사드린다. 그리고 단원들과 연습 하느라고 애쓰신 연정숙 지휘자님, 송은주 반주자, 함께 가지는 못하였으나 연습시간마다 나와 도와주 고 간식비까지 마련해 주신 단원 여러분께도 다음에는 꼭 동참하기를 바라며 감사의 마음 전한다.

"정법사 주지 기후 스님께서 주신 화장품도 예쁘게 바르겠습니다. 정우 스님, 고맙습니다. 가기 전에 힘들게 해드려서 죄송했구요, 저희 합창단원, 스님께서 보시하여 주신 꿀로 목을 가다듬어 더 청아한 소 리로 음성공양을 하면서 '부처님 품안 따뜻한 가정'이 되도록 열심히 기도 정진하겠습니다."

항상 화기애애한 구룡사 다라니 합창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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